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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선택한 것은 흥미로운 제목 때문이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책의 표지도 제목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시켜주는 것이었다. 과연 인간이 없어진다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 이 단순한 호기심이 나에게 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들었다. 모든 생물체가 아닌 오로지 인간만이 지구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인간이 사라진다면 금새 집이 허물어지고 도로가 부서지며 댐이 무너져 침수가 될 것이라 한다. 인간이 현재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하는지 잠시 감탄을 하게 되지만, 환경오염이 지구의 자정능력으로는 수십만 수백만년이 걸려야 해소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놀라움과 함께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책의 서두에서도 소개하는 바와 같이 이 책은 인간이 사라지는 것을 가정함으로서 그 존재감을 확인해보는 역설적인 탐구라고 볼 수 있겠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세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인간 이후의 세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준다.
사실 중반에는 책이 좀 지루하다. 왜냐하면 작가가 미래상을 그리며 예로 들고 있는 것들이 너무나 자세하고, 또 너무 익숙치 못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버팔로는 멸종된 머레이스프링스의 자이언트들소보다는 폴란드의 유럽들소와 유전적으로 더 비슷하다.' '지붕이 주저앉은 곳에서는 야생 제라늄과 필로덴드론이 솟아나 바깥벽을 타고 내려간다.' '안팎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건물 구석에서는 불꽃나무, 멀구슬나무, 히비스커스 덤불 등이 자라난다.'
가뜩이나 주변에서 보기 어려운 것들이 어려운 이름을 가지고 잔뜩 등장하니 상상력은 금새 수그러들고 만다. 번역투의 문체 또한 책을 지루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였다. 내가 자연과학 쪽에 지식이 조금 더 있었다면, 영어 원어로 읽을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나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인간은 엄청난 환경파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그만둬야 한다.'와 같은 진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행위는 지구규모로 보았을 때 매우 조그마한 것에 불과하며, 우리에게는 약간 비현실적으로 느껴질만한 시간 안에 해결될 것이라고 한다. 우선 우리는 지구 앞에서 매우 미약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사라진다해도 수십, 수백만년 후에는 인간을 대신할 고등생명체가 다시 등장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여느 생물종의 하나에 불과하다. 이러한 인식을 가져야만 '인간이 없어도 지구는 존재하나, 지구가 없으면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라는 말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멸종하는 생물들은 지구라는 관점에서 보면 대수롭지 않은일이다. 인간이 등장하기 이전에도 그래왔으며, 대체할 만한 새로운 생물종이 얼마든지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다면 그 존재의 의미가 무엇일까. 나는 여기에서 이타적인 동양의 사상, 그리고 혹은 도가적인 사상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구라는 큰 틀 안에서 서로의 조화를 꾀하며 살아가야 한다. 개인주의, 자본주의의 정점에 달해있는 지금 우리가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은 바로 그 쪽이다.
책을 읽은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너무 바빠서 이제야 글을 쓴다. 생각도 잘 안나고 그래서 글에 논리는 좀 부족할지 모르지만 ㅋ 바쁜 가운데서도 당시에는 굉장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나중에 원서로 꼭 다시 한 번 읽어 보아야겠다. 현대인들에게 추천도서.
평점 : 9.4
인간 없는 세상 랜덤하우스코리아(주)
앨런 와이즈먼 2007년 10월 25일 23,000원 |







